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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의 원리와 다양한 응용분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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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방사선화학과
  • 작성일 2021.08.11

-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방사선의 활용분야와 방사선이 무엇인지 화학을 기반으로 조금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딸기가 썩지 않는 이유]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맛볼 수 있는 딸기는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봄에서 초여름까지 잠시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지만, 쉽게 잘 무르고 상해버려 거의 수입이 불가능한 과일로 여겨진다. 딸기의 유통이나 수출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딸기의 짧은 유통기한이다.감마선을 쪼여서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처리한 딸기(왼쪽)와 일반 딸기(오른쪽)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쬐여서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처리하면 유통기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감마선을 쬔 딸기는 오직 방사선의 수용체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방사선을 방출하는 일은 없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방사선 중에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선은 화학적으로 ‘방사성 원소’라고 명명되는 원소에 의해 발생한다. 딸기의 부패를 막는 감마선 역시 방사선의 일종이다. 지금부터 방사선, 방사능, 그리고 방사성 원소가 무엇인지, 다른 화학 원소와 왜 다른 작용을 하는지를 화학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힘의 불균형 : 쿨롱의 힘 vs 강한 핵력

‘방사능(radioactivity)’이란 입자나 전자기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물질의 성질 또는 능력을 뜻한다. 넓게 보면 방사능을 갖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radioactive substance)이라고 하지만, 화학적으로는 주로 방사능을 나타내는 원소를 특정하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사성 원소(radioactive element)’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방사성 원소란 불안정한 원자핵을 가져서 핵변환(주로 핵분열)이 가능한 원소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방사성을 갖는 물질이나 원소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매우 큰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사선(radioactive ray)’이라고 부른다. 다음 주기율표를 보면 원자번호가 83번 이후의 원소에 방사성을 뜻하는 기호 ☢가 붙어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콕 찍어서 이 번호 이후의 모든 원소에서 방사능이 나타나는 것일까?

원소 주기율표. 83번 이후에는 방사성을 뜻하는 기호가 붙어 있다

그 해답은 화학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힘인 정전기력과 현대 물리학에서 중요한 힘인 강한 핵력간의 다툼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입자들 사이에는 세 가지의 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전하를 띤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정전기력(쿨롱의 힘), 만유인력의 힘, 그리고 핵의 중성자와 같은 핵간에 작용하는 핵력의 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쉽게 그림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쿨롱의 힘

  • 만유인력의 힘 (중력)


  • 핵력
  • 힘의 종류별 크기 비교


쿨롱의 법칙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만유인력은 질량을 가진 두 입자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하지만 비례상수 G가 아주 작은 값이라서 한쪽 물체의 질량이 지구나 달 정도는 되어야만 당겨지는 힘이 실제로 나타난다. (만약, 만유인력 상수가 쿨롱의 힘 상수와 비슷하다면 나와 내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다닥다닥 붙게 될 것이다!)

모든 원자의 구성 요소인 원자핵을 쿨롱의 힘을 알고 나서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보일 것이다. 보통의 원자는 원자 하나의 크기를 야구장이라고 생각할 때 원자핵은 단지 완두콩만한 크기다. 원자 번호 6번, 즉 양성자가 6개인 탄소 원자를 예로 든다면, 야구장만한 전자구름 속에 (+)전하를 띤 완두콩 크기의 원자핵이 가운데 박혀 있는 상황이다.

원자핵 속의 양성자 6개는 서로 90억의 상수를 갖는 정전기력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원자핵은 일반적으로 깨지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탄소 원자가 존재하는 것이니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서로 죽어라 밀어내는 90억의 반발력을 이기고 원자핵을 유지시켜 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부른다. 

보통 양성자 간 반발력을 이기고 원자핵을 강하게 붙드는 힘을 의미하는 강한 핵력은 원자핵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이 가능하다. 이 강한 핵력이 정전기력을 이기기 때문에 다양한 양성자 수를 갖는 많은 원소가 자연계에서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두 종류의 입자 중에서 양성자는 강한 핵력과 정전기적 반발력을 모두 나타내지만,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서 강한 핵력만을 나타내므로 핵시멘트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기억하시면 방사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원자 번호가 83번 이상이 되면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가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중성자수가 충분히 많은 원자가 아니라면 정전기적 반발력에 의해서 원자핵이 쪼개지게 된다. 물론 원자 번호가 83보다 작은 원소들도 안정한 원소에 비해 중성자 수가 작아서 방사능을 띨 수 있는, 즉 원자핵이 불안정한 동위원소가 존재한다.

작은 원자핵에 있는 핵자들은 거리가 가까워서 강한 핵력이 정전기력을 이기지만, 원자 번호가 큰 원자의 핵에서 

반대쪽에 있는 핵자들은 거리가 멀어서 정전기력이 강한 핵력을 이기게 된다


그럼 이렇게 정전기력이 강한 핵력을 이기는 원자 번호 83번 이상 원소의 원자핵이 분열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이들을 방사성 원소라고 부르는 것일까?

특수 상대성 이론에 기초한 방사선의 위력 : E=mc2

위대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을 우리가 이해하기란 매우 힘들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의 결론 중에서 방사성 원소의 원자핵이 분열되면서 방출하는 방사선의 세기를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식(E=mc2)만 사용된다. 질량-에너지 등가식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심지어 공부하는 데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학습 보조기구의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엠씨스퀘어(mc2)’는 에너지는 질량으로 또는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는 위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방사성 우라늄 원자가 핵분열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원자핵에 양성자가 92개, 중성자가 143개 있는 질량수 235인 방사성 우라늄은 중성자가 146개인 질량수 238인 일반 우라늄 원자에 비해서 핵시멘트 역할을 하는 중성자가 부족하여 스스로도 핵분열이 가능하지만, 열중성자로 충격을 주게 되면 핵반응이 더욱 잘 일어나게 된다.

           방사성 우라늄 원자를 중성자로 충격하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서 크립톤 원자와 바륨 원자 그리고 또 다른 고에너지의 중성자 3개로 나누어진다


이때 핵반응을 하기 전 물질의 질량보다 핵반응을 한 이후의 물질의 질량이 작아지게 되고, 없어진 질량에 빛의 속도를 제곱한 값만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고에너지 입자와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되는 것이 방사선의 본질이다. 방사성 원소 1g을 완전히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면 100W 전구를 2,800만 년 동안 켤 수 있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물론 원자핵이 항상 분열만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의 경우처럼 두 개의 수소 원자핵이 한 개의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핵 전체의 질량이 줄어들게 되고 이 질량 결손량에 빛의 속도를 제곱한 값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핵융합 반응도 있다. 핵융합이 가능하려면 원자핵 사이의 정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할 수 있는 아주 높은 속도로 원자핵들이 충돌해야 한다.

 핵분열 반응과 핵융합 반응


이런 높은 속도를 이루기 위해 초고온으로 이루어지는 열핵융합 반응이 태양의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방출원으로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여러 종류의 자연 방사선의 형태로 지구로 복사되어 지구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궁극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실제로 태양에서는 매초 6억 5,700만 톤의 수소가 6억 5,300만 톤의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는데, 헬륨 원자 하나가 생성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석탄 연소열의 약 100만 배 정도이다.

방사선의 종류와 투과력

우리가 아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전파 같은 에너지를 갖는 입자선이나 전자기파 대부분은 방사선의 범위에 포함된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전리(이온화)를 일으키지 않는, 즉 분자나 세포에 해를 주거나 파괴하지 않는 방사선을 ‘비전리 방사선’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위험하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사선’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방사선이라고 하면 방사성 원소가 더 안정한 원소로 붕괴될 때 방출되는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과 엑스(X)선 등의 ‘전리 방사선’을 의미한다. 전리 방사선은 생명체에 도달하였을 때 에너지를 전달해 물리적인 구조를 무너뜨리고 화학적인 성질을 변화시킨 후 생체의 기능을 저해하는 특성을 가진다.

전리 방사선 중 알파선의 본질은 헬륨 원자핵으로 +2 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의 네 배 질량을 가지며, 투과력이 거의 없어 종이나 옷감으로도 막을 수 있다. 방출된 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헬륨 원자로 변환되는 특성이 있다. 베타선의 본질은 전자로 –1 전하를 띠고, 가벼워서 알파선에 비해 자기장에서 덜 휘어지며 알루미늄으로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감마선은 입자선이 아닌 전자기파로 전하를 띠지 않아서 자기장에서 휘어지지 않는다. 에너지가 크고 투과력이 커서 두꺼운 납판으로 막을 수 있다.

병원에서 흔히 사용되는 엑스레이 활영의 경우 엑스선의 전리 방사선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뼈의 이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의료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엑스선의 경우, 감마선과 같은 전자기파로 발생 근원이 다를 뿐 특징은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감마선은 원자핵의 변환으로 발생하는 전자기파이므로 원소의 종류에 따라 에너지가 정해지지만, 엑스선은 전자의 충돌이나 궤도 간의 에너지 준위 차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로 일반적으로 다양한 크기의 에너지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세포의 구조나 기능, DNA의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리 방사선을 방출하는 세 종류의 원소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A원소는 오직 알파선만을, B원소는 베타선만을 그리고 C원소는 감마선만을 방출하는 상황에서 하나는 손에 쥐고 갈 수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가방에 넣어서 갈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버릴 수 있다고 할 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투과력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버리고 가야하는 건 C(감마선), 가방에 넣어서 갈 수 있는 건 B(베타선), 그리고 손에 쥐고 가는 건 A(알파선)가 될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알파선이 가장 만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만약 이런 방사성 원소가 몸 안으로 들어갔다면 어떨까? 투과력이 약한 알파선은 생체 파괴력이 감마선보다 훨씬 세지만, 종이나 옷감도 통과하지 못하는데 몸 밖으로 투과되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 큰 에너지를 고스란히 몸이 감당해야 하므로 매우 위험한 원소가 된다. 반대로 투과력이 큰 감마선은 납으로 된 두꺼운 옷이나 보호 장구를 착용하면 항상 괜찮을까? 물론 방사선이 납판을 투과하지는 못하겠지만, 에너지를 전달할 수는 있으므로 장시간 노출된다면 전달된 에너지에 의해 납판이 녹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방사성 원소가 사용되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나 크게 추적용 물질로 사용하는 경우와 방사선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경우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추적용 물질로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일반 원소와 화학적 · 생물학적으로 동일하게 반응하므로 방사능을 띤 원소를 추적하면 이 원소가 어떤 물질과 화학 반응을 하여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가지고 의학계에서는 혈관 조영술과 같은 진단 및 치료 과정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누수 탐지와 기계의 마모 속도 측정, 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 추적, 강물이나 지하수의 흐름을 측정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방사능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원자력 발전이나 원자 폭탄 제조, 방사선을 쬐여서 식품을 살균하거나 감자나 곡물 등의 싹이 나지 않도록 할 때 아니면 유전자를 변형시켜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개량할 때, 해충을 죽이거나 PET 스캔처럼 의료용 단층 촬영을 하거나 감마나이프 수술처럼 병변을 제거하는 과정에 사용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방사성 원소의 종류는 방출되는 방사선의 특징과 원소의 반감기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필자: 김민경 한양대 화학과 교수)